겨울에 호스 터지고 그냥 2주에 한번 세탁방 가서 빨래돌렸는데, 가격이 올랐더라고요. 원래 한번 돌리면 세탁 + 건조 합쳐서 지폐 한장에 딱 돌릴 수 있었는데 각각 가격을 올려버리시니 한 번 갈 때 지폐 세장씩 들더군요... 넘 비싸
아니 만원 지폐 딸랑딸랑 들고가서 세탁기 돌리고 편하게 앉아서 놀다가 가져오면 딱 좋은건데 가격이 올라서...
여튼
봄이 되었고 터진 호스를 방치할 수는 없어서 엄마가 근처 철물점에서 급수 캡을 사오셨어요.
엄마는 모르셨죠. 브랜드에 따라 호스 캡이 다르다는 것을
물론 저도 그땐 생각 못했습니다.
엄마가 사오신 급수캡을 수도꼭지에 꼭 맞게 끼우고 기존에 사용하던 호스를 연결하려니 당연히 맞지 않았습니다.
(끼기 전에 확인을 했어야지....)
기운이 빠져버린 저는 또 한 달 정도 수리를 미뤘어요. 그 사이에 세탁방을 두번 정도 가면서 지폐을 6장이나 썼더랬죠.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니
'아니 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미룰 일인가?' 싶어서
쿠팡에서 급수 호스 검색해서 바로 나온걸로 구매했습니다.
세탁기 브랜드는 정확히 기억 안났지만
삼성, 엘지, 대우중 하나는 맞겄지 싶어서 구매했고, 로켓배송답게 다음날 점심에 도착했어요.
저는
퇴근 후 집에 와서 호기롭게 수도 연결을 도전했습니다.
춥고 귀찮아서 베란다로 넘어가지않고 방쪽 창문 열어 창문틀에 걸터앉아서 시작했어요. 오만했던거죠.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수도꼭지를 가볍게 닦고 연결을 하는데, 생각보다 호스 입구에 있는 고무패킹이 너무 좁아서 수도꼭지가 들어가지 않았어요.
이게 맞나... 싶긴한데 잘 모르겠고 나사 4개는 잘 조여서 장착을 시켰습니다. (십자드라이버 필수입니다. 짧은 드라이버를 이용하시는게 좋아요 )
기존에 사용하던 호스에도 잘 맞았고 수도 꼭지만 틀어보면 결과를 알 수 있었죠.
수도 꼭지 오픈
밤 11시에 베란다에선 짧은 분수쇼가 열렸고 저는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화가나서 연결했던 걸 빼버리고, 호스는 이미 써버린 것이니 당근에 반값에 팔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연결했길래 문의글이 5개밖에 없는걸까 하고 리뷰 보는데, 아니 저희 집이랑 똑같았어요. 수도꼭지 모양이나 사이즈가...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서 유투브에 급수 호스 연결을 검색했더니 하는 방법이 좌르르 나오더라구요.
브랜드별 급수캡 체결 방법을 올려놓으신 분이 있길래 한번 보니까
생각보다 더 힘을 줘서 수도꼭지에 낑겨야 하더라구요.
저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고 이번엔 아예 베란다로 가서 체결을 시작했습니다.
운동 끝나고 수리 시작한거라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지만 내일 쓸 힘도 끌어다가 모든 힘을 오른손에 불어넣고 왼손으로 나사를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삐끗해서 잠깐 빠졌지만 정신차리고 단단하게 체결을 완료했죠.
호스가 문제였던걸까 싶어 구매한 호스로 아예 갈아끼고 물을 틀었습니다.
쉬이익....하면서 물이 샐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조용.... 하네요..
네, 저는 장착에 성공한 것입니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조금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을 제품을 팔아주신 판매자님과 빠른 배송을 도와준 쿠팡, 그리고 유투버 강쌤철물님께 돌립니다.
집이 낡아 하나씩 망가지는데 고쳐가는 재미가 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